운동 후 흘린 땀을 위해,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기 위해, 샤워 후 시원함을 위해,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친한 이들과 행복한 담소의 시간을 위해, 힘든 일을 끝낸 후 홀가분함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한 잔을 생각나게 하는 음료, 맥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맥주 기원과 역사
맥주를 뜻하는 비어(beer)의 어원은 '마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비베레(bibere)와 '곡물'을 뜻하는 게르만어 베오레(bior)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맥주는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현재 이라크 지역)의 수메르 왕조가 처음 마셨고 이후 이집트로 보리가 전해져 기원전 3000년경부터 나일 강에서 재배한 대맥으로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맥주는 신에게 바치는 음료면서 임금의 일부였습니다.
기원전 4세기 이전에 이집트에서 누룩을 발효시킨 맥주가 존재했는데 이것을 오늘날 맥주의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당시 맥주는 오늘날 맑은 액체 상태인 맥주와는 달리 보리로 빵을 구워서 물에 부수어 풀거나 보리죽을 쑤어서 1m가 안 되는 크기의 항아리에 부어 차가운 벽면 아래에 자연 발효시켜 위에 술을 마시는 죽 형태였는데 곡물을 그대로 발효시켜 죽은 효소로 분해된 각종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한 끼 식사의 대용품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대에서 잉여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밀이나 보리 같은 식량작물이 주원료였던 맥주는 식량의 일부로 취급되어 생산량이 많지 않았고, 제조과정 또한 포도주에 비해 복잡해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속국이었던 갈리아 지방(현재는 프랑스)에서 밀농사가 잘 되어 이집트에서 만들던 것과 동일한 형태의 맥주를 만들면서 맥주의 명맥을 이었습니다. 유럽으로 전파된 맥주는 두 가지 설이 존재합니다. 13세기 이집트신 오리시스와 이시스한테 맥주 양조법을 배워온 왕 감브리누스(Gambrinus)에 의해 게르만족에게 맥주가 전파되었다는 설과 또 다른 설은 유럽으로 전파된 맥주 문화가 독자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맥주
15세기 경 독일에서 탄생한 라거 맥주로 '독일은 맥주'라는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맥주 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상면 효모와 밑으로 가라앉는 하면 효모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상면 효모가 주류였지만 이 시기 새로운 하면 발효가 개발되었는데, 하면 발효는 발효를 위해 일정기간 저장고에 맥주를 저장하면서 독일어로 '저장고'를 의미하는 '라거'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습니다.
16세기 초 독일 바이에른공국의 왕 빌헬름 4세는 맥주순수령을 공포했습니다. 맥주순수령은 맥주의 제조법을 통일하고 규격화하기 위해 맥주를 제조할 때 물, 보리, 홉을 제외한 다른 원료의 첨가를 금지한 것입니다. 홉은 부패를 방지하고 맥주의 독특한 풍미를 유지하게 하는 식물성 원료로 이 직후부터 지금까지 맥주에 첨가되어 온 원료입니다.
보리, 홉, 물 외 재료를 넣은 술은 맥주로 인정하지 않았던 맥주순수령은 교회와 영주 간의 이득 갈등과 제빵업자와의 곡물 가격 갈등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포했지만 이로 인해 궁정 양조장과 맥주순수령을 예외로 한 수도원 양조장이 귀족층이 마시던 밀맥주의 양조권을 독점, 판매하면서 수입을 늘렸고, 서민층이 마시던 보리로 만든 맥주는 다양성을 잃었습니다.
베네딕토 수도원의 양조장으로 시작해 10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알려진 바이엔슈테판의 주력 맥주가 밀맥주인 것은 이 때문입니다. 독일식 양조법이 전 세계 맥주 양조법의 모델이 된 것은 맥주순수령에 기인한 것으로, 오늘날 독일은 맥주의 본고장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다른 맥주
① 독일은 각 지방마다 수많은 양조장이 있어서 매우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특히 각 동네를 대표하는 맥주가 하나씩 있어 이에 대해 큰 자부심과 애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행자들끼리 '독일에서 다른 건 욕하고 무시해도 되지만 맥주맛 품평을 함부로 하면 다음날 아침 빛을 못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독일인들에게 지역 맥주는 소중합니다. 뮌헨에서는 해마다 19월 셋째 주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걸쳐 16일간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라고 불리는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② 러시아는 추운 기온으로 식량 사정뿐 아니라 과일 또한 잘 자라지 않아 과일주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곡물을 이용한 술이 발달하였는데 먹으면 몸이 따듯해지고 흥이 올라 추운 기온을 이겨내는데 적합한 보드카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맥주는 그리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구 문명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맥주가 자리 잡게 되어 이제는 인기 주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③ 미국의 맥주는 정통 방식의 맥주보다 보리와 홉의 사용량을 줄이고 쌀이나 옥수수 등을 넣은 부가물 라거 맥주가 많이 팔리는 나라입니다. 엄청난 종류의 맥주가 세계 각 나라에서 수입되는 나라로 개인 양조에 대한 제약이 덜 까다로워 지역마다 고유 양조장들이 맥주를 양조해 팔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갖은 재료로 만들어지는 맥주가 있고 이는 맥주 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④ 일본어로 '비루'라고 불리 맥주는 네덜란드어의 'bier'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수입된 미국식 부가물 라거 맥주에 청량감을 극도로 살려 드라이 맥주를 새롭게 만들고, 주류세를 줄이기 위해 맥아 함량을 50% 미만까지 낮춘 발포주까지 만들어냈습니다.
⑤ 대한민국의 맥주는 대체적으로 연한 풍미, 탄산, 가벼운 느낌을 강조하는 '부드러운 목 넘김'을 공통적인 특징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강한 맥주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맥주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현지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간혹 미각을 자극할 요소가 없어 '맛없다'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맥주는 기호품으로 취향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미국산 부산물 라거와 드라이 맥주, 발포주에 한정된 것으로 점점 강한 맥주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수제 맥주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맥주들이 출시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맥주의 품질이 향상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⑥ 중국은 한중일 중 가장 맥주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칭다오 지역이 독일에 점령당했을 때 독일의 맥주 제조법이 유입되었기 때문인데 품질은 맥주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알아줄 정도입니다. 정작 중국 내에서는 전통술로 인해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중국의 인구덕에 소비량은 많은 편입니다. 세계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브랜드 1,2위가 중국 브랜드이고, 지역 이름을 딴 칭다오 맥주는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알아주는 명품 맥주 중 하나입니다.
⑦ 북한의 맥주는 중국을 통해 독일식 맥주 제조법을 도입했기 때문에 의외로 유럽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생산 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에 의외로 품질 관리가 철저한 것도 맛의 비결 중 하나이고, 폐쇄적인 국가에서 생산되었다는 희소성으로 인해 인지도는 오히려 높습니다.
⑧ 필리핀은 식민 생활로 아시아에서 특히 서구화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로 맥주가 대중적입니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산미겔'은 전 세계가 알아주는 맥주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⑨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맥주를 많이 마시는 국가 중 하나로 라거류 맥주를 기본으로 많은 맥주 종류가 시판 중인데 회식 문화로 인해 엄청난 맥주 소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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