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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모순 / 탈무드「굴뚝청소 이야기」/ 한비자「창과 방패 이야기」

by 이디트 2023. 3. 8.

팥 없는 팥빵,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있을 수 없는 것을 표현할 때 '모순'이라고 합니다. '모순'을 느낌 담은 말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말도 안 된다'로 하겠습니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거나 행동과 말이 다르거나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을 때를 가리켜 모순이라고 합니다. 탈무드의 굴뚝청소 이야기와 중국 고전 한비자의 창과 방패 이야기는 각자 다른 의미를 전하고 있지만 두 이야기는 모두 모순을 포함하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순된 상황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순을 담고 있는 이야기, 탈무드의 굴뚝청소 이야기와 중국 고전 한비자의 창과 방패 이야기입니다.

 

 

모순

굴뚝 청소를 하고 나온 사람이 더러움 없이 깨끗하다는 것과 서로를 뚫고 뚫지 못하는 창과 방패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하지만 모순을 따지기보다 모순이 되는 상황을 보는 시각을 바꿔 굴뚝에서 청소를 하고 나왔다면 시커먼 먼지와 재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씻고 어떤 창이라도 뚫지 못하는 방패와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는 창이라고 하는 방패와 창이 같은 시공간에서 서로 대결할 수 있는 무대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검증할 일이 없을 테니 이 무적의 창과 방패를 존재하는 것으로 믿으면 이것들은 논란거리가 아닌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입니다.

 

 

복잡한 현실을 살면서 상식을 기준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걱정과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고 가끔은 의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단순해질 필요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복잡한 셈으로 머리를 굴리며 모순을 찾고 만들기 위해 애쓰더라도 모순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일반적인 것을 기준으로 하여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모순은 그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모순 앞에서도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탈무드 「굴뚝청소 이야기」

한 랍비가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한 아이의 얼굴은 시커먼 그을음이 묻어 있었고 다른 아이의 얼굴에는 그을음 하나 없이 깨끗했다네. 그렇다면 두 아이 중에서 누가 얼굴을 씻었겠는가? "

" 물론 얼굴이 더러운 아이겠지요. "

" 그렇지 않아.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자기 얼굴도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씻지 않지. 하지만 얼굴이 깨끗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매진 아이를 보고 자기 얼굴도 더럽다고 생각해서 얼굴을 씻는다네."

" 과연 그렇겠군요. "

랍비가 다시 물었습니다.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하겠네. 자네들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

그러자 제자들이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물론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입니다. "

그러자 랍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 두 아이가 함께 굴뚝을 청소했는데 어떻게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하고, 다른 아이는 더러울 수 있다는 말인가? "

 

탈무드의 굴뚝 청소 이야기는 자신이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처음 제자의 대답은 자신의 시각을 기준으로 답한 것이고, 랍비의 대답은 이야기 속 두 아이의 시각을 기준으로 답한 것입니다. 랍비는 보는 시각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나와 다른 생각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제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두 아이가 함께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한 아이의 얼굴만 더러워졌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한비자 「창과 방패 이야기」

초나라에서 무기를 파는 상인이 자신이 팔고 있는 무기들을 자랑하며 말했습니다.

" 나의 창은 날카로워서 세상에 뚫을 수 없는 것이 없습니다. "

" 나의 방패는 견고해서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이것을 뚫을 수 없습니다. "

상인은 창과 방패를 들어 보이며 구경꾼들에게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구경꾼들 중 한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다? "

구경꾼의 질문에 상인은 답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차라리 창과 방패를 따로 두고 다른 날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같이 외쳤더라면 나을 뻔했습니다. 어찌 보면 '모순'은 상인의 과욕이 부른 참사입니다. 세상에 뚫지 못할 것이 없는 창과 세상에 뚫을 수 있는 것이 없는 방패는 함께 존재할 수 없습니다. 창과 방패가 비기는 상황조차도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니 참 어렵습니다. 이 같이 논리적으로 어떤 사실의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는 관계나 상황을 이르기 위해 '모순'이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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