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패키지여행으로 떠났던 중국에서 생각지 못한 난관은 음식이었습니다. 왜 이리 기름진 것인지 먹는 음식마다 내오기 전에 기름을 한 번씩 더 두르고 나온 듯한 느낌이었지만 허기지면 힘들다는 생각으로 기름지다 내색하면서도 아주 잘 먹었습니다. 맞지 않는 음식으로 고생하던 중 갑자기 일정에 없던 한식 제공이라는 가이드의 말 한마디에 나라 떠나면 애국자라고 늘 먹던 한식조차도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치마저도 기름에 절인 것이었는지 수줍게 기름진 맛이 충격이라 '중국에서는 김치마저도 기름지구나'하며 자포자기. 그래도 한식이라며 분주하게 젓가락질을 했지만 '중국 음식은 모두 기름지다'는 선입견도 갖게 되었습니다. 끼니마다 기름진 음식으로 분명 뚱뚱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은 중국 사람들인데 거리를 지나며 보이는 사람들은 보통 체격이거나 오히려 날씬했습니다. 의외라는 얘기들이 오갈 때 가이드가 중국인들은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얘기를 들려주었고 이후 보이차 쇼핑몰에서 일행들은 쇼핑백 하나씩을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중국의 차. 보이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보이차 역사
보이차는 흑차의 일종으로 여러 지방에서 생산된 차를 푸얼(보이) 현 차 시장에서 모아 출하하여 푸얼(보이) 차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는데 지금은 윈난성 일대에서 만드는 차만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이제 이 지역 외에서 만드는 보이차는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보이차는 윈난성의 대표적인 특산품입니다. 오래전부터 소수민족이 마시던 차로 청나라 시절 황실 진상품으로 선정되면서 황제가 마시는 차로 널리 알려졌으나 청 몰락 후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해 변방의 차로 여겨지다가 1970년 대 프랑스로 수출된 보이차의 효능이 논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들에게 소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맛과 향이 좋아지는 월진월향의 특성을 지닌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보관하고 손자가 마시는 차로 3대의 기간을 두고 마시는 차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이차의 가장 큰 특징은 효모균을 이용하여 발효를 시킨 후발효차라는 것인데 잎 자체 효소에 의해 발효된 홍차와 달리 보이차는 쇄청 과정을 거칩니다. 쇄청이란 차 건조 방법 중 하나로 가장 오래된 고전적인 방법으로 햇볕에 차를 말리는 것을 뜻하고 반제품의 상태는 모차라고 합니다. 보이차의 쇄청모차를 예로 들면 햇볕에 말려서 만든 반제품 상태의 차로 1차 가공이 끝난 쇄청모차를 2차 가공으로 큰 이파리나 가지, 꽃, 열매 등을 골라내고 모차에 증기를 쬐어 부드럽게 만들어 돌이나 기계로 눌러 모양을 만드는 증압성형을 거쳐 건조, 포장을 하면 보이차(생차) 완제품이 됩니다.
보이차는 가공방식에 따라 생차와 숙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차는 자연 상태로 오랜 세월을 거쳐 발효된 차이고, 숙차는 적당한 습기를 가진 찻잎에 발효 효과가 있는 곰팡이(흑국균)를 접종하여 후발효시켜 만든 차인데 현재 한국에서 팔리는 대부분이 숙차 종류입니다. 숙차는 남은 보이차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두엄 쌓기식으로 속성 발효 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알려졌는데 이 같은 과정 때문에 국내에서 보이차가 '묵은 차'로 알려지면서 숙차만이 보이차라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곰팡이가 핀 보이차를 오래 묵은 차로 착각하고 비싸게 구입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숙차를 처음 만든 차공장은 곤명차장, 맹해차장, 하관차장인데 각각 차공장의 고유번호로 1,2,3번을 사용했습니다. 맥호라고 불리는 번호를 통해 제품 구별을 하기도 하는데 국내 수입되어 판매되는 보이차 중 가장 대표적인 제품으로 알려진 숙차 7572를 예로 들면 75년에 레시피가 개발되어 7급의 찻잎을 주로 사용하여 2번(맹해 차장)에서 생산한 차라는 뜻입니다. 중국에서는 원래 발효 과정 없이 보이차를 마셔왔으며 1973년 숙차가 개발되면서부터 생차와 숙차를 구별하게 되었지만 후발효 여부로 생차와 숙차를 따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보이차는 가공 방식에 따라 생차, 숙차로 나뉘고, 형태에 따라 산차, 긴압차로 나누는데 산차는 녹차의 잎차 형태처럼 판매되는 것이고 긴압차는 압력을 이용해 떡처럼 눌러 둥글납작한 모양으로 판매되는 차를 말합니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윈난성을 정벌하고 관리들을 파견해 선진 농업기술을 전파하면서 보이차의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효능
보이차의 효능은 다이어트, 심혈관 질환 예방,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 혈당 관리, 혈관 청소 및 독소 배출, 노화 방지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① 갈산 성분과 카테킨 성분은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습니다. 갈산은 몸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방해하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몸의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와 지방산 합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카테킨은 차의 떫은 맛을 내는 성분인데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항산화 성분이 뛰어나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세포의 파괴를 막아 노화를 지연시키고 복부와 내장의 체지방 분해뿐만 아니라 비만 억제, 숙변 제거, 노폐물 배출을 돕습니다.
② 심혈 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로바스타틴 성분은 내장 지방 축적을 막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고지혈증을 개선합니다.
③ 복합다당류 성분은 혈당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어 당뇨병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을 줍니다.
④ 테아닌 성분은 흥분 작용을 억제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⑤ 몸의 알코올을 흡수를 방해하거나 알코올 분해를 촉진시키고 이뇨작용을 도와 숙취 해소와 붓기 해소에도 좋습니다.
⑥ 보이차에 있는 미생물이 박테리아를 증식시켜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돕고, 혈액을 깨끗하게 정화해 줄 뿐만 아니라 독소를 배출하는 해독작용을 합니다.
보이차는 과용하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카페인 성분으로 인해 속 쓰림, 두통, 설사, 불면증 등을 경험할 수 있고 특히 탄닌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여 빈혈이나 임산부는 주의해야 합니다. 꿀은 보이차와 상반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함께 복용해서는 안되는 금기 식품입니다. 보이차는 기름진 음식을 즐겨하지 않는 이상 과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건강 상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섭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약으로서 효능을 기대하기보다 차로서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음용 방법
차의 색이 흑색으로 변할 때까지 발효시킨 차를 흑차라고 하며 흑차 중에서 보이차가 가장 유명합니다. 보이차는 차 특유의 떫은 맛은 적지만 특유의 흙냄새가 특징이고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숙성이 오래될수록 향과 풍미가 깊고 가격도 비싸집니다.
① 다기에 적당량의 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약 5~10초 우린 후 물을 바로 버립니다. 이 과정을 세차과정이라고 하는데 찻잎에 묻은 이물질 제거와 카페인 함량을 낮추고 보이차가 더욱 잘 우러나게 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② 팔팔 끓인 10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다기에 다시 붓고 차를 우립니다. 10초에서 15초 정도 둔 후 따라 마십니다. 처음에는 차가 진하게 우러나오니 우리는 시간을 짧게 하고 점점 우리는 시간을 늘려가며 우려서 마십니다.
③ 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7~8회가량까지 우려서 마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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